“노는 게 제일 좋은 직장인 입니다만”
이 나이쯤 되니 만나는 사람마다 주식 이야기, 골프 이야기, 재테크 이야기다.
듣고 있자니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자식 자랑, 남편 자랑, 돈 자랑이었다.
그러한 것들에 관심이 없고 흥미가 없고 재미가 없는 나는, 그들에 끼기 위해 그들과 같은 것을 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이른 나이에 학업과 직장을 병행해야 하느라, 내가 무엇을 좋아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할 틈이 없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배우고 싶고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돈이 없고 시간이 없어서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 해보니, 인생은 생각보다 멋지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시간이 많아서도 아니고 돈이 많아서도 아니다.
알면 알수록 문화, 예술, 체험 등의 다양한 부문에서 지자체가 운영하는 저비용 고퀄리티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많았다.
직장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퇴근 후와 주말에 틈나는 대로 그야말로 갓생의 취미생활을 찾아다녔다.
나에겐 무언가에 도전해 본다는 행위가 자기승화이며 무척이나 즐거운 놀이였다.
“왜 혼자 다녀요? 친구 없어요?”
하고 싶은 것을 같이할 사람을 구하거나 기다릴 시간이 없다.
그 시간에 망설임 없이 짐을 싸자.
“외향적으로 보이지만 내향인 입니다”
모두 나를 외향인이라 확신하지만,
나는 오랜 사회생활로 정체가 숨겨진 '사회화된' 내향인이다.
군중 속에 있을 때면 잘 놀지만 사실은 집에 가고 싶고,
오롯이 혼자 시간을 보낼 때 세상 편안함을 느끼는 모순적 내향인.
집순이는 절대 아니다.
'나가야 사는 여자'이다.
지천에 널려 있는 양질의 컨텐츠들을 호시탐탐 탐색하고 찾아다닌다.
그렇게 혼자 쏘다니다 들어오면 에너지가 충전되어 있다.
팬데믹 시기는 이런 성향이 오히려 득이 되었다.
고통의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유로웠다.
혼자 보는 영화, 혼자 간 갤러리, 혼자 떠나는 여행, 혼자 먹는 밥.
혼자 노는 것을 그 누구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나처럼 혼자라도 괜찮은 내향인이면서,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기는 이들을 <하이브리드 내향인>이라 한단다.